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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아청법은 교복물도 처벌할까?
(접기)삼마천 작성: 20-05-22 05:07:45 조회: 12,745 추천: 27 댓글: 14
1. 교복 AV는 웬만해선 아청으로 처벌 안됨. (100% 확실 장담은 못함.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는 처벌될 수 있음)
2. 음란물로는 처벌될 수 있음.
3. 아래 글에선 아청법이 왜 지금은 교복물을 처벌하지 않게 됐는지 설명할 것.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아청법 제2조 제5호에 따르면 아동 포르노로 처벌받는 음란물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1) 실제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음란물
2) '명백하게' 미성년처럼 보이는 사람이 등장하는 음란물
3) '명백하게' 미성년처럼 보이는 가상존재가 등장하는 음란물
그리고 아청법 제8조에 따르면 아동음란물을 제작.수입한 자는 5년 이상 징역, 판매한 자는 10년 이하 징역, 전시한 자는 3년 이하 징역, 소지한 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음란물을 처벌해야 한다는 점은 당연하다고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미성년처럼 보이는 사람이 등장하거나 가상존재가 등장하는 음란물도 아동 포르노로 처벌받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참 논란이 많았어요. 특히 교복물 AV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가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2조 5호의 '명백하게'라는 문구가 추가되면서 교복물은 더 이상 아청법으로는 처벌되지 않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자꾸 질문을 하는 분이 계셔서 오늘 이 시간에는 아청법이 교복물을 처벌하지 않게 된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설명을 드릴까 합니다.
(2011년 여성가족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 내용)
문제의 개정안이 시행된 2012년 당시만 하더라도 2조 5호에 '명백하게'라는 문구가 없었습니다. 그냥 어려 보이기만 하면 아동 포르노로 처벌받는 상황이었습니다. 법을 대충 만들어서 법적용 과정에서 교복물도 엮이게 된 걸로 아시는 분이 많던데, 애초에 입안 과정부터 교복물 AV를 노리고 만든 법입니다.
경찰은 무관용 원칙을 주장하며 수사에 나섰고 2개월 만에 수천 명이 적발되었습니다. 업무량의 한계상 대부분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지만, 기소된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단지 교복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청법 실형 선고를 받은 경우도 상당히 있었습니다. 위 기사에 나온 사건을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겠습니다.
츠키노 리사 사건
피고인 A씨 등은 2012년 7월부터 8월까지 인터넷 게시판에 수천 건의 AV 영상을 올렸습니다. 그 중에서 츠키노 리사 & 사오토메 루이 주연의 BBI-085를 포함해서 32건의 영상이 교복물로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A씨 등을 아청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이듬해 수원지법에서 징역 실형이 내려졌습니다(2012고단3926, 2012고단4943병합 2013. 2. 20. 선고)
피고 측은 BBI-085가 일본에서 성인 배우를 출연시켜 합법적으로 제작된 영상이니 아청물이 아니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연기자들이 교실 등의 장소에서 교복.체육복을 입거나 가정교사로부터 수업을 받는 학생 역을 맡았기 때문에 아청법 2조 5호에 따라 아청물로 봐야한다는 게, 법원의 판결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A씨는 불복하고 항소를 하였습니다.
나가세 아이 사건
다른 유사 사건도 확인해봅시다. 2012년 피고인 B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전화방에서 FANTA DREAM SUPER IDOL 45 나가세 아이.wmv, 나나우미 나나.avi 같은 동영상 파일 여러 개를 상영하였습니다. 검찰은 해당 영상에 등장한 배우들이 교복을 입고 성행위를 한다는 이유로 아청법 혐의로 기소했습니다(2012고단3105).
B씨 측은 나가세 아이와 나나우미 나나는 성인인 게 확실하다며, 아청법이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의 원칙, 표현의 자유, 과잉금지의 원칙, 평등의 원칙 등에 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북부지법은 피고인의 신청을 받아들여 2013년 5월 28일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합니다.
(2001년 실제로 아청법 위반으로 기소됐던 성기 묘사 그림. 일명 '남자라면' 사건. 대법원 상고심까지 올라간 결과 아청물 혐의는 무죄, 음란물 혐의는 유죄로 확정됐다. 2001년 당시에는 아청법이 표현물을 문제삼지 않았기 때문에 아동 포르노로 처벌받진 않았지만, 2012년 개정 아청법으로는 아동 포르노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현행 아청법에서는 다시 무죄가 뜰 가능성이 높은데,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아래에 설명해 두겠다.)
아청법에 대한 여론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습니다. 아동과 청소년은 당연히 보호해야죠. 근데 단지 성인배우가 청소년을 연기한다고만 해서, 또는 청소년처럼 보이는 캐릭터를 에로틱하게 그렸다고 해서 아동 포르노로 처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음란물을 올렸다면 아청법이 아니더라도 처벌을 받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음란물은 많아봤자 1년 징역입니다. 이게 아청법으로 적용되면 제작자는 최소(!) 5년 이상입니다. 게다가 아청물은 음란물과 달리 갖고만 있어도 벌금형입니다. 게다가 아동성범죄자로 신상이 등록됩니다.
아동음란물은 음란물반포죄의 음란물보다 훨씬 넓은 개념입니다. 영화 베드씬이나 소프트코어 영상물은 음란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동.청소년이 출연하면 아동음란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2012년 아청법에 따르면 고령의 어르신이 교복만 입고 베드씬을 찍어도 아동 포르노로 볼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 서울북부지법의 2013초기617 위헌심판제청 내용 중 유엔 아동의정서에 관한 해석)
아청법 찬성 측에서는 유엔 아동의정서를 들먹이며 반론을 내놓기도 합니다. 가상의 아청물 처벌하는 것은 국제협약상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요. 사실 2012년 아청법이 개정된 이유도 UN에서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UN에서 문제를 삼는 가상아청물은 교복 AV나 2D 애니가 아닙니다. 훨씬 더 범위가 좁습니다.
UN에서는 주로 이런 가상의 아청물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1) 누가 봐도 아이처럼 생겼는데 불법유통 음란물이라서 실제 법적 나이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2) 실제 나이와 등록상의 나이가 달라서 법적으로는 미성년자가 아니지만 실제 나이는 미성년자인 경우.
3) 아청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실재 아동이 등장하는 영상물에 CG 합성을 입혀 가상의 아청물로 만들어버린 경우.
이상의 내용을 확인해보면, UN은 가상아청물 처벌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가상아청물의 개념을 제한적으로 봅니다. 실재 아동.청소년이 법익 침해를 받을 수 있는 가상아청물에 한합니다. 성인배우가 연기하거나 비사실적인 2D 애니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2012년 개정 아청법은 이런 제한을 전혀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교복만 입어도 아청, 동안이어도 아청, 대충 동그라미랑 선 몇 개 그려놓아도 아청, 아청아청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건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문제는 "가상의 아청물"이 아닙니다. "가상의 아청물은 무엇인가"가 문제인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입안자나 경찰 측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만화계를 비롯한 표현물 제작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요, 학계에서도 가상아청물은 음란물 관련법으로 규제해야 하지 아청물로 다룰 게 아니라는 입장이 흘러 나왔습니다. "아청법이 너무 졸속으로 개정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고, 법조계에서도 아청법에 위헌성이 있다는 의견을 주신 분들이 여럿 계셨습니다. 이에 반해 여가부 쪽 관계자들은 가상의 아청물이 아동성범죄와 상관관계가 있다며 아청법 찬성 입장을 표했습니다.
사회의 여러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여 제도를 변화시키는 것은 정치인이 할 일입니다. 아청법에 대하여 그 누구보다도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했던 정치인은 최민희 의원이었습니다. 많은 네티즌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해주고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사람이 없는지 알아보았으며 최 의원 주최로 아청법 토론회도 열렸었습니다.
2012년 11월 14일 최민희 의원은 가상아청물을 아동 포르노에 포함시키지 않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에 '명백하게'라는 문구가 추가될 수 있었습니다.
(2012년 12월 18일 아청법 2초 5호에 '명백하게' 문구가 추가되었다)
'명백하게'라는 문구가 추가되면서 결과적으로 교복물 AV는 더 이상 아청법으로는 처벌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보여야 하는데 이걸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합니다. 교복만 입어서는 안 되고 외모나 설정, 행동 등 여러 다양한 측면에 비추어 봤을 때 명백해야 합니다. 게다가 일본에서 합법적으로 발매된 AV라면 대체로 성인이 출연한 걸로 봅니다. 그러니깐 교복물은 아청법으로 처벌받지 않습니다(음란물로는 처벌 가능).
(츠키노 리사 사건 판결문 중 교복물 AV의 아청물성을 부정한 부분)
그렇다면 츠키노 리사 사건과 나가세 아이 사건은 어떻게 됐을까요?
츠키노 리사 사건의 피고인 A씨는 항소심에서 아청법 혐의는 무죄,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유포죄는 유죄를 확정받았습니다(2013노1215 2013.2.20. 선고). 아직 '명백하게' 규정이 시행되기 전이었지만, 법원은 명백할 것을 요구하는 법 개정의 취지를 반영하였습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이유로 BBI-085 등은 아청물이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
1) 일본에서 합법적으로 제작.판매되는 영상물이라는 점.
2) 츠키노 리사나 사오토메 루이의 외모, 신체발육상태, 행위내용 등을 볼 때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볼 정도는 아니라는 점.
3) 아청법의 취지가 교복 페티쉬에 대한 특이성적취향이나 환상 자체를 처벌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라는 점.
나가세 아이 사건은 사건이 발생한 지 3년 뒤인 2015년에야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습니다(2013헌가17.24, 2013헌바85병합 2015.6.25. 선고). 아청법 2조 5호에 대해서는 아쉽게도 합헌 5인, 위헌 4인으로 합헌 결정이 나왔니다. 개정법에서 '명백하게'라는 문구가 추가됐으니 명백성의 원칙 등의 헌법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어요. 나가세 아이 사건이 결국 어떻게 끝났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명백하게' 문구가 추가되었고 여러 정황 사정에 비추어볼 때 아청법 혐의는 무죄 선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음란물 혐의는 유죄겠지만요.
이후에도 교복물에 대해 아청법 유죄판결을 하는 사례가 있긴 했지만(2013고정1546 등), 2014년 대법원에서 교복물에 대해 아청법을 적용하지 않는 판결이 3건이나 나오면서 아청법 논란은 일단락됐습니다(2013도4503, 2013도12345 등).
(판례에 비판적인 여성신문 기사. 외모나 신체발육상태가 성인처럼 보여도 실제 나이를 증명할 필요 없이 아청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
교복물 AV라면 웬만해선 아청법으로는 처벌되지 않는 게 지금까지의 판례입니다. 앞으로는 단순히 교복만 입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아청법으로 기소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출처가 불확실하고 출연자의 실제 나이는 확인할 수 없으나 마치 아동.청소년처럼 보이는 영상물이라면 아청법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는 외형상 어려보인다고 무조건 아청은 아니지만 설정상 만 19세 미만이라면 아청법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합법적으로 발매된 AV라고 하더라도 아청법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100% 없는 건 아닙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될 때 자세하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제가 게을러서 요즘 정보는 받아들이는 게 늦습니다. 혹시 틀렸거나 낡은 정보가 있다면 댓글 주세요. 수정하겠습니다.
※ 글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글을 여러 번 계속 고쳤습니다. 사실 좀 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너무 자세하게 들어갈 필요까진 없겠다 싶어서 되도록 간략하게 쓰려고 했네요. 혹시나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나누길 원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추가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 너무 정치적인 댓글은 삼가 주셨으면 해요. 사실 이런 글을 쓸 때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시는 걸 넘어서, 서로의 갈등을 부추기시거나 진영을 나누며 반목하시는 일입니다.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스펙트럼 안에는 경제문제, 노동문제, 대북문제, 외교문제 등등에 관한 온갖 생각과 입장차가 복잡하게 뒤얽혀 있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으로 나가기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야동에 보수가 어딨고 진보가 어딨겠어요. 보수주의자 중에서도 성에 대해서 엄격한 입장이 있고 너그러운 입장도 있으며, 진보주의자 중에서도 성에 대해 엄격한 입장, 너그러운 입장이 나뉩니다. 부디 정치적인 입장 차이로 인해 서로 반목하진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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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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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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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는 진짜... 욕만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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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때문에 처벌받은 군인 개불쌍. 이런글을 진작에 봤어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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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가 성재기 님께서 특히나 이 법안이 정당하게 만들어 지도록 노력하셨던걸 기억합니다.
여타 여성단체들처럼 운영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선 여가부의 도움이 있어야 했는데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셨던 입장이라 운영자금 지원을 스스로 거부하고 원치 않던 예능 방송들에 출연해서 자금을 충당하셨던 것도 기억나네요. 개인 사비도 이미 끌어 쓸대로 끌어써서 빚까지 지셨던걸로 기억 합니다.-
댓글 도입부에 성재기님을 사회운동가로 인정하는 이유는 단순히 남성의 입장을 대변했기 때문은 아니에요.
무고로 인해 억울하게 성범죄자로 내몰린 남성들에 대해 물질적 정신적 지원을 하던 사업을 하셨고 미혼부들에 대해서 반찬을 정기적으로 배달 지원해 양육에 보탬이 되고자 했던 사업도 하셨던 걸로 알아요. 군가산점에 대한 국가의 인식을 바꾸려고 하신것도, 국가 세금으로 운영되면서도 여성 전용으로 만들어진 곳들에 대해서도 항의하고 싸웠던것도 기억나구요. -
더 적으면 정치적인 부분까지 나올거 같아서 여기까지만 적겠지만 이 글을 보니 그 분 생각이 나더라구요 ㅠㅠ
예전에는 네이버 검색에 사회운동가로 나오셨는데 최근에 보니 그런 단어가 사라지고 사회기관단체인 으로 수정 되셨더라구요. 성재기 님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의 소행일까 싶어서 괜히 씁쓸 했네요 ㅠㅠ -
혹자들은 성재기 님의 다소 거친 언변때문에 활동하는 취지까지 않좋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던데 몇 년간 지속적으로 반대하던 무리들에게 일대 다수로 거친 공격을 받아오신 부분, 상대의 주장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설명하지만 이에 대한 반박은 없으면서 본인 주장만 외치는 사람들...또 이 억지가 정책에 활용되는 상황을 홀로 싸워 오셨던걸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은 있어도 이해는 가더라구요.
전 억지쓰는 그 사람들과 10분만 대화해도 화가나던데 ㅠㅠㅠ
어쨌든 좋은 정보 감사 합니다!!
이 외에도 재밌는 게시글 올려주시던데 그것도 감사해요. -
고 성재기 님도 아청법 관련해서 열심히 운동해주셨죠. 그 분 생각하면 참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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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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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정리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